마동석의 이름값, 이번에도 통했을까?
2024년 4월 30일, 극장가에 오컬트 액션 영화 한 편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마동석이 나오면 무조건 액션은 재밌다’는 공식이 통할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죠. 하지만 이번 영화는 조금 달랐습니다. 악마 퇴치라는 오컬트적 소재와 마동석 특유의 물리적 액션의 결합, 기대만큼 강렬했을까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 관객수 11만 명 이상이라는 기록은 성공적인 출발이었습니다. 그러나 평론가들과 일반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오락 영화로서는 볼만하지만, ‘완성도’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죠.
이번 글에서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가 왜 그렇게 기대를 모았고, 왜 현실에서 아쉬움을 남겼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강렬한 시작, 그리고 붕 뜬 설정
영화의 기본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로 인해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기존 공권력이 무력해지자 ‘거룩한 밤’이라는 퇴마 팀이 직접 나서게 되죠. 팀 구성은 액션형 리더 바우(마동석), 감지형 퇴마사 샤론(서현), 전직 악마 숭배자 김군(이다윗). 여기에 정신과 의사 정원(경수진)과 악마에 빙의된 동생 은서(정지소)가 사건의 발단으로 엮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흥미로워 보이는 설정은 곧바로 약점이 됩니다. 세계관의 논리와 퇴마 방식의 구체성이 부족해 몰입을 방해하죠. 예를 들어, ‘왜 이들이 퇴마를 하게 되었는가’, ‘이들의 능력은 어디서 유래했는가’ 같은 중요한 배경은 거의 설명되지 않습니다. 관객은 단지 주인공들이 싸우는 모습을 따라가야 할 뿐, 왜 싸우는지에 대한 납득은 얻기 어렵습니다.
캐릭터의 매력과 활용, 극과 극의 반응
마동석은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퇴마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악마와 싸우는 건 퇴마사 샤론(서현)의 몫이고, 마동석은 인간 숭배자들과 물리적 접전을 벌입니다. 관객이 기대한 건 아마도 ‘주먹으로 악마를 퇴치하는 마동석’이었을 텐데요, 정작 그런 장면은 없으니 실망감도 커질 수밖에 없죠.
반면 서현은 강력한 퇴마 능력을 가진 주체적인 캐릭터로 활약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은서를 연기한 정지소 역시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캐릭터 빌드업이 부족해, 매력은 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김군 캐릭터는 흥미로운 과거 설정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아, 이야기에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합니다.
오컬트 + 액션 + 코미디? 어울리지 않는 장르의 삼중주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오컬트와 액션, 그리고 B급 감성의 블랙 코미디를 한데 섞으려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이 시도가 통합적인 흐름을 이루지 못하고 산만하고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공포를 자아내야 할 퇴마 장면은 어색한 CG와 미완성된 미장센 탓에 공포라기보다는 B급 호러 느낌에 가깝고, 액션은 통쾌함이 부족합니다. 특히 마동석 특유의 시원한 액션은 간헐적으로 등장할 뿐이고, ‘물리로 해결하는 퇴마’라는 흥미로운 콘셉트는 제대로 펼쳐지지 않죠.
결국 이 영화는 ‘오컬트 범죄도시’가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여러 장르가 충돌하며 마무리가 허술한 결과물을 남깁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 관객과 평론가의 온도차
흥미로운 점은 관객 평점과 평론가 평점 사이의 극명한 온도차입니다.
- 관객 평점: CGV 7.5점, 롯데시네마 9.4점, 메가박스 7.4점
- 평론가 평점: 평균 4점대
대중들은 ‘마동석의 영화는 적당히 때리고 부수는 걸로 즐긴다’는 기대치로 접근했다면, 평론가들은 완성도와 서사의 짜임새에 더 큰 비중을 둔 평가를 내린 겁니다. 특히 “서사는 부족하고 액션은 투박해서 촌스럽다”는 평론이 많았고, “장르적 정체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일부 관객은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다”, “크리스마스 배경이 오히려 신선했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이처럼 영화에 대한 평가는 기대에 따라 갈리는 전형적인 ‘호불호’ 영화입니다.
결국 이 영화, 추천할 만할까?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강렬한 콘셉트와 개성 있는 캐릭터, 마동석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걸맞은 스토리와 연출, 세계관 구축에는 실패한 작품입니다. 퇴마 장르의 논리적 구조가 빠지고, 액션의 시원함은 반감됐으며, 캐릭터 서사도 깊이를 놓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B급 감성과 오컬트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팀플레이의 재미, 여성 캐릭터의 활약, 블랙 코미디적 요소 등은 가볍게 즐길 포인트가 됩니다.
만약 “깊이 있는 서사보다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를 원한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일 수 있습니다. 다만, 장르적 완성도나 새로운 오컬트 영화로서의 기대를 했다면 실망할 가능성도 크죠.
🎬 마무리하자면, 이 영화는 마동석의 이름값과 오컬트 액션이라는 신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에서는 아쉬운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관객 입장에선 그냥 가볍게 볼 수 있는 B급 퇴마 영화. 평론가 입장에선 미완성된 실험작.
👉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택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