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 덫과 새의 비극…곤충 방제에 숨겨진 생태 문제

곤충 대발생 현상과 친환경 방제 방식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끈끈이 사용에 따른 생태적 부작용과 전문가의 경고를 통해 무분별한 방제의 문제를 조명한다.

도시를 점령한 곤충들, 여름철 불청객의 등장

해마다 초여름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곤충 무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존재는 러브버그(우단털파리)와 동양 하루살이들이다. 두 마리가 짝을 이룬 채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는 그 독특한 형태로 시민들에게 익숙해졌으며, 동양 하루살이는 야간 조명 주위나 건물 외벽을 가득 메우며 불쾌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곤충들의 출몰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대발생’이라는 형태로 점점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은 수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시민 민원이 잇따르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초, 이러한 곤충들이 해충은 아니지만 시민의 생활에 불편을 줄 경우 방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에는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도심 속 가로수에 둘러진 끈끈이 덫과 날개가 엉킨 새, 여름철 러브버그와 하루살이의 군집 비행


‘친환경 방제’라는 이름의 덫

과거처럼 무차별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환경에 대한 우려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지방자치단체들은 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불리는 방제 방식들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은평구의 끈끈이 덫이다. 2020년부터 대벌레 대량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나무 밑둥에 끈끈이를 설치했다. 결과적으로 대벌레 개체 수는 절반가량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끈끈이에 다른 곤충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붙어 말라 죽는 것은 물론, 새들의 깃털이 달라붙어 날 수 없게 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실제로 설박새가 끈끈이에 엉킨 깃털을 정리하려 애쓰는 모습이 시민 단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방제 이후 방치된 흔적들

문제는 방제 작업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다. 끈끈이와 철심 같은 도구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자연 생태계의 또 다른 교란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바깥쪽은 끈적이지 않더라도 안쪽은 여전히 접착력이 남아 있어, 작은 생명체들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함정으로 남는다.

이러한 ‘잔재물’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생태계를 훼손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조치가 또 다른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로 바뀌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자연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무분별한 방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울산에서 시도했던 째까마귀 퇴치나, 민물가마우지 포획 작업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오히려 째까마귀는 현재 지역의 생태 관광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자연 스스로의 복원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한때 가로수를 점령했던 붉은 꽃매미나,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 높았던 황소개구리도 자연적인 천적이 생겨나며 개체수가 급감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개체 수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생태학적인 접근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방제보다는,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고려한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 불편과 생태 보존 사이에서

러브버그와 하루살이, 그리고 대벌레처럼 갑작스레 출현하는 곤충들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함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식이 또 다른 생명을 위협한다면, 과연 그것이 정답일까?

무분별한 방제보다는 생태계를 존중하는 대안이 절실하다. 시민의 생활과 자연의 균형을 동시에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지금, 우리는 한 번 더 자연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